6. 난해구절

요한의 세례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오은환 2021. 1. 24. 00:26

신약 복음서에 와서 갑자기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세례입니다.

구약에서는 좀처럼 물세례를 행했다는 의식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서 청중들은 요한이 베푼 세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나와서 세례를 받습니다.

 

* 이 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요단 강 사방에서 다 그에게 나아와 자기들의 죄를 자복하고

  요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더니(마3:5-6)

 

 

청중들은 자신들의 죄를 씻기 위해 요한이 베푼 세례를 받았습니다.

회개를 통해 다시금 합당한 열매를 맺고자 노력합니다(마3:8).

세례요한 역시 그렇게 인정합니다.

 

* 요한이 요단 강 부근 각처에 와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눅3:3)

 

흔히 세례는 단 한 번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적 물세례를 여러 번 받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러면 요한이 베푼 세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세례는 회개를 통해 죄 사함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찬 역시 죄 사함을 받고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한 몸 되었음을 내포합니다.

세례와 성찬은 그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지녔습니다.

 

문제는 세례를 여러 번 받을 것인지 아니면 일생동안 단 한 번만 받을 것인지에 대한 혼동입니다.

예수님도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이 받은 세례는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죄를 짊어지는 것입니다.

정반대의 세례입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를 건너며, 불과 구름기둥 아래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들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바울은 명백히 그것을 세례라고 표현합니다.

* ...우리 조상들이 다 구름 아래에 있고 바다 가운데로 지나며 모세에게 속하여 다 구름과

  바다에서 세례를 받고(고전10:1-2)

 

바울이 보는 세례의 관점은 일회성이 아닙니다.

죄 가운데 거한 자들에게 반복되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다만 이스라엘이 세례를 받기 위해 특별한 의식을 행한 것은 없습니다.

말씀에 순종한 가운데 세례의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요한의 세례가 이상한 것만은 아닙니다.

죄 가운데 죽어있는 자들을 다시 깨우는 것 곧 다시 살리는 세례가 필요합니다.

그 의식을 통해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 보다는 새롭게 되었기에 필요한 것입니다.

 

바울이나 세례 요한은 하나님 나라에서 잃은 양들이 세례를 통해 다시 살아나고,

성찬을 통해 하나님과 먹고 마시는 회복됨을 강조했습니다.

바울은 홍해바다와 구름 아래서 세례를 받고 난 후 곧바로 이스라엘이 성찬에 참여했다고

선언합니다.

 

* 다 갗은 신령한 음식을 먹으며, 다 같은 신령한 음료를 마셨으니...(고전10:3-4)

*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눅3:8)

 

신자의 일생동안 세례와 성찬이 반복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칼빈은 중생(거듭남)에 대해 매우 독특하게 기술합니다.

"세례를 통해 거듭나고 일생동안 성화를 통해 거듭남이 계속되어야 한다" 

 

신자의 회개 속에는 세례의 효능이 들어 있습니다.

외적으로 물세례를 받지 않더라도 받은 것과 같은 효력이 회개 속에 담겨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세례는 일생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도 밖에 있는 신자들(잃은 양)이 회개를 통해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요한의 세례 또한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