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사상사

루터와 성경

오은환 2021. 3. 19. 02:55

루터라는 한 인물이 맞닥뜨린 현실은 실로 거대했습니다.

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거대한 로마교회와 맞서야 하는 그에게는 성경의 조그만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분출되는 천년의 억눌림은 압축된 마그마가 분출하려는

화산과 같았습니다.

이러한 막중함이 루터라는 한 인물을 비범하게 만들었습니다. 

 

 

루터는 다방면에서 깊은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현장에서의 필요는 그로 더 깊은 지식을 쌓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논쟁(1519년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요하네스 에크와의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루터는 교회법, 교회사, 교부들의 사상들을 맹렬히 공부하였으며, 그 결과 교회가(로마교회)

초기의 순수한 가르침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에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종교개혁사, 기독교문서 선교회, 루이스 W. 스피츠 저, 서영일 역, P.60)  

 

 

루터는 30년간 무려 400편이 넘는 논문을 썼습니다.

당시 그런 분량의 책을 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의 절박함과 박식함이 만들어 낸 열매입니다. 

 

루터의 책들은 유럽 전역에서 인기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인쇄업자는

큰 돈을 벌었습니다.

그럼 루터의 성경이해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그는 오랜 시간동안 구약에 대한 주해 연구를 하였기에 칼빈처럼 구약에 능한 자였습니다.

그렇지만 완성된 신학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구약과 신약의 차이 곧 율법과 복음에 대한 그의 이해입니다.

 

"율법은 정의의 하나님이 인간들에게 주시는 말씀이다. 그는 "따라서 너희들은 온전하라",

"주 너희 하나님을 너희 몸과 마음과 뜻을 다하여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등 인간들이 지키기 불가능한 율법들을 주신다.

 

복음은 인간들의 가슴속에 있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누구든지 이를 받아들이는

자마다 용서해 주실 것을 약속하고 있다"(P.56)

 

구약 성도들이 받은 율법은 지킬 수 없고, 신약성도들이 받은 복음은 무조건적인 용서를

주신다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구약에서는 말씀(율법)만 있고 성령의 내주와 힘 주심을 발견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그의 비폭력 운동에도 나타납니다.

그가 강조하는 '말씀의 힘'의 바탕에 '성령의 역사하심'의 필연적인 도움은 찾기 어렵습니다. 

급진적인 자들이 일으킨 폭력에 대해 반대하면서 하나님이 행하시는 힘으로 충분함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나는 폭력과 살인을 통해 복음을 위한 전투를 벌이기를 원치 않고 있으며,

이미 그 자에게도 이렇게 통지하였소, 말씀의 힘에 의하여 세계는 정복되었으며,

말씀의 힘에 의하여 교회는 세워졌으며, 말씀의 힘에 의하여 교회는 다시 재건될 것이오"(P.66)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루터는 말씀의 힘 안에 성령의 역사하심을 배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약 성경에서 율법과 함께 하신 성령의 역사와 조명 그리고 내주하심을 보지 못함은

율법과 복음이 동일한 것임을 몰랐고, 오히려 이질적인 존재로 생각하게 했습니다. 

 

루터는 율법에서 죄를 발견했고, 칼빈은 율법에서 그리스도를 보았던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