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신대원 입학을 준비하면서 철학과목을 공부했던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 때는 여력이 없어서 그저 외우는데 집중했습니다.
다행히도 칼빈신학교에서 나온 철학강의를 통해 빨리 빼대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문석호 교수님의 특강인데 <성경적 입장에서 정리한 철학>으로,
처음 철학을 접하는 저에게는 매우 유익했습니다.
테이프 소리가 너무 작고 잡음이 많아서 볼륨을 최대로 하며,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노트에 정리하면서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런 관점 - 기독교(성경)적 관점으로 본 철학 - 의 철학사가 등장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지만 오랜 시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기독교적 입장에서 본 철학사 개론>을 추천받아 읽으며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저자는 아프리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프란시스 니젤 리'입니다.
가난하며 치안이 매우 불안정하고 최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발생국가이기에 저자에 대한
신뢰가 별로인 상태로 책을 접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이해한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의 국제 정치적 상황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한다.
남아프리가 공화국에서 무슨 좋은 일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p.259)
저자는 각 나라의 학문적 수준을 언급합니다.
당연히 유럽이 철학의 고향으로서 최고 지위를 가졌고, 그 이후 세 나라의 발전을 언급합니다.
"이 시대의 기독교 철학 활동이 개시된 이후로, 많은 무리의 기독교 철학자들이 버섯 모양으로
크게 일어났다. 그들은 주로 네델란드와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북아메리카 출신이었다"(p.264)
나머지 아시아와 여러 나라들에 대해선 박한 평가가 기다립니다.
"기타 여러 나라들에서의 기독교 철학자에 대한 분량이 매우 적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p.263)
저자의 책을 통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학문적 수준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신학수준에 대한 한탄이 나왔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책이 나오지 못할까요?
미국에서 학부를 한 후 박사학위까지 취득했고 이후 총신대학원에 와서 가르쳤던 박아론 교수는
그 이유를 밝혀줍니다(신학지남, 1998년 여름호, 한국교회의 신학적 IMF).
""현재 한국의 신학대학들 중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수학자들의 <신학>이나 <신학강의>로부터
구미의 신학자들의 학문이나 학설들을 빼어 버리면 그 밑바닥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들의 신학의 빈곤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있는 것이다"(p.5)
"...한국신학자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개성적인 특징과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한 채, 구미기독교 신학자들의
신학을 그대로 답습하고 반복하고만 있으니, 우리 한국신학자들을 가리켜서 "번역판 신학" 또는 "앵무새 신학"을
하고 있다고 하는 비평이 많은 사람들의 귀에 실감있게 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p.6)
이런 책망과 더불어 권면합니다.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병행됨이 결국 교회를 성숙시킨다고 마무리합니다.
"우리의 신학과 참된 수준은 우리가 우리의 신학을 얼마나 소신있게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야기하고,
그것이 한국교회의 성장과 특히 신앙적인 성숙을 기여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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