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사색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

오은환 2024. 12. 28. 19:54

20대 시절 소설을 많이 보면서 좀 질렸다고나 할까요?
더 이상 소설류의 책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이 오래갔습니다. 

수필 또한 소설과 같이 졸업을 했습니다. 

내가 탔던 배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소설과 수필을 많이 읽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접하면서 한강 작가의 책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묶음으로 책을 구입했는데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글 솜씨와 기존의 질서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까요?
본능을 따르는 것을 추구함이라 할까요?

작가의 일관성 있는 의지와 글솜씨가 강한 흡인력을 발휘합니다.

 

독특한 것은 '인칭의 변화'가 자유로우면서도 풍성함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소설이 지루하거나 단조롭게 되는 것을 막아주면서 주인공의 내면을 다양하게 비춰줍니다.

자칫 읽다 보면 큰 혼동이 올 수 있습니다만 이런 면을 고려하면 인간의 내면을 깊게

파헤칠 수가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인칭 변화가 클 수는 없지만 그것이 주는 생동감은 선물입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2천 년 전에 기록한 사도 바울의 서신서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바울의 서신서 가운데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는 인칭 변화가 자유롭게 사용됩니다. 

나, 너, 우리, 너희 등 짧은 서신서 안에서 자유자재로 나타나니 읽는 자들은 긴장하며

읽어야 합니다. 

 

이런 인칭변화에 대해 무지하다면 독자는 큰 혼란에 빠집니다. 

오늘날까지 많은 신학자들이 간단한 인칭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해석으로

연구를 망치게 되었습니다. 

풍성함과 생동감을 주려 했던 선물들이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진리를 연구하는 분야의 아이러니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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